앞서 올렸던 까미노 준비하는 법에 담지 못한 두 가지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항공권, 짐 모두 쌌다면 마음의 준비를 차례입니다. 그래서 까미노를 더욱 편안하게 만들어줄 언어(스페인어)와 미리 알고 가면 좋은 기초 지식에 대한 이야기를 남깁니다.
3. 스페인어
스페인어에 대해 아시나요? 스페인어는 20개국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세계 4위의 언어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5억 4,300만 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스페인 외에도 대표적으로 멕시코 등 남미에서 사용하고 있으며, 포르투칼어와는 단어의 어원이 유사한 경우가 많아 포르투칼어를 사용하는 국가에서도 제한적 소통이 가능합니다.
이러한 배경을 말씀드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가까운 나라 중국을 보면 알 수 있듯, 대다수의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라는 것은 다른 언어를 사용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반증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많은 스페인 사람들이 영어를 어느정도 구사하여 의사소통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순례길을 걸으며 거치게 되는 작은 마을에서는 영어가 통하지 않아 당황하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물론 구글 번역이라는 좋은 기술이 있지만, 통화로 숙소 예약을 해야 할 경우에는 이마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기본적인 스페인어를 공부해가면 많은 어려움을 쉽게 넘길 수 있습니다.
또한 그들의 문화에 녹아들려는 노력은 그들의 마음을 열고 친구가 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됩니다. 반대로 우리나라에 온 스페인 사람이 한국어로 부탁한다면? 저라면 쉽게 거절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 처럼 그들 문화를 가장 잘 이해하는 방법 중 하나는 말을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준비할 시간이 길지 않았기 때문에, 서점에 방문하여 왕초보 스페인어 책을 구매했습니다. 그리고 매일 한 챕터씩 공부하며, 책의 5분의1 정도를 익혔습니다. 너무 적지 않냐고요? 정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우선, 글을 읽을 수 있습니다. 그 덕분에 번역기를 돌려도 화면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직접 소통할 수 있었습니다. 또 생활에 필요한 문장들을 현장에서 빠르게 외우고 사용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1명에 대한 침대를 예약하고 싶다", "식당에서 몇시부터 먹을 수 있습니까?"와 같이 말입니다.
인터넷이 안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기 때문에, 비상 시를 위한 아래 두 문장은 100번 정도 사용했습니다.
"No hablo español" (스페인어 할 줄 몰라요)
"¿Hablas tu inglés?"(당신은 영어를 할 수 있나요?)
숫자도 10까지만 외워가면 계산, 주문이 편리해집니다. 저는 항상 6을 헷갈려했는데, 바에 앉아 1부터 세고 있으면 주변 스페인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힘내라고 응원해주던 경험도 종종 겪었습니다. 그렇기에 조금 더 공부해갔다면 더 많은 소통을 할 수 있었을 걸 이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4. 기초 지식_책 추천
거창하게 지식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날씨, 지나게 될 주요 도시와 일정, 예상 경비 등을 의미합니다.
저는 아래의 책을 선물받아 계획 수립에 참고했습니다. 막연함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기에는 좋은 책이었습니다. 매일의 코스를 간단한 지도로 표시해서 설명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걷다보면 굳이 필요한 책은 아니었었다는 생각은 듭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를 담고 있고, 또 막상 눈앞의 환경들을 헤쳐나가면서 책이 생각날 일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미리 읽고 간 파울료코엘료의 소설 덕에 큰 감흥을 받았습니다. 그의 대표작인 '연금술사'도 고민을 가지고 길을 떠나는 모험가의 마음가짐에 아주 적합합니다. 그렇지만 제가 추천하는 책은 별로 유명하지 않은 '순례자'입니다. 파울료코엘료가 유명해지기 전, 직접 까미노를 걸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진 책이기 때문입니다.
요약하자면, 자신만의 길을 찾아야하는 주인공이 실제 순례길과 동일한 길을 걸으며 그의 인도자와 함께 영적인 모험을 하는 이야기입니다. 이 책은 까미노를 더 모험 가득한 세계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또 내가 길 위에서 만나는 작은 사건들에 더 깊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제가 읽은 책 외에도 많은 영화와 책들이 까미노를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간접 경험은 가기 전의 설레임과 나만의 의미를 고민하는 데 있어 좋은 친구라고 생각합니다. 순례길에서 경험하는 낯선 분위기에서 내 생각의 영역을 넓혀주었습니다. 그리고 어떤 순간은 저를 모험자로 만들어주기도 했습니다. 여러분도 어떤 책, 영화라도 나의 길을 꿈꾸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